벌초 [Shave] [beolcho] lyrics
벌초 [Shave] [beolcho] lyrics
코앞에 다가온 명절
벌초하러 정선
예보에 없던 비
오락가락 산골짜기
풀숲으로 숨은 할아버지
무뎌진 낫은 대가리가 헛돌지
아빤 빌려온 예초기가
주인 타나 보다라며 멋쩍게 웃지
열댓 번 줄 당긴 다음
매캐한 연기 나온 걸 확인한 다음
내가 대신한다는 말엔
올해도 다음에 하라며 손사래만
가장자리부터 할아버지까지
내겐 허벅지까지 아빠에겐 허리까지 자란 풀들을 깎지
어설픈 모양새에 빗방울은 조잘대
할아버지 앞에 살짝 높게 올라온 흙더민
갈수록 낮아지는 느낌
주섬주섬 꺼내는 검정 봉투엔
전날 사놨던 황태포 빨간 뚜껑 술
에쎄순 냄새는 달고
아빠 맞춰서 절 두 번 반하고
눈 감고는 할아버지 오랜만
우린 할아버지 담배 다 피실 때까지
경치 잘 보이는 쪽으로 앉지
할아버지한테 뭔 말했냐라고 묻는 아빠
나 잘 되게 해달라고 했더니 나도라고 하는 아빤
민망한지 할아버진 대단한 사람
아직도 이 동네에서 이름 대면 다 알아
아빠의 얼굴엔 흉터가 가득했고
어렸을 적엔 마냥 무섭기만 했지
급하게 면도하다 우연히 본 거울에서
그 이유를 알겠더라고
베이면서 배웠던 면도하는 법
태어나서 살아냈던 법
번거롭긴 해도 벌초는 아버지가 아버질 기억하는 방식
내가 면도할 때면 아버질 생각하는 것과 닮았지
- Artist:Tang
- Album:벌초 (Sha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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